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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콘 서울 2018, 사용자 중심의 컨벤션으로 재편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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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코믹콘서울 2018 개막식에서 주요 게스트들과 501군단 회원들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윤은호 기자

(철도신문)=코믹콘 서울이 올해도 진행됐다. 주최사인 리드익시비전스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참가한 전체 참가자 수는 3일 합쳐 48,153명이다. 작년 4만 천여 명이 방문한 것에 비해 15%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코엑스의 입구에 위치한 A관에서 진행돼 더 많은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코믹콘의 성공요인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드·마블·DC 등 미국 문화콘텐츠를 선호하는 여성 팬들을 대상으로 한 블루오션 구축에 성공했고, 그 블루오션의 굳히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타 배우들과 만나, 직접 사진을 찍고 그들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스타패스와 사인 옵션이라는 기회로 주어진 것이 코믹콘의 성공 요인이 됐다.

▲3일 서울코믹콘 개막식에서 마이클 루커(Michael Lurker) 배우가 개막식 객석으로 이동,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윤은호 기자

여전히 ‘일반 덕후’는 마음 놓고 참여하기 힘든 코믹콘 서울

그러나 기자로서는 이러한 ‘성장’이 한국 웹컬처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다른,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한국 웹컬처 시장이 가지고 있는 성장 여력(포텐셜)에 비해 코믹콘 서울이 해당 성장요소를 아직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국내 웹컬처 시장을 충분히 벤치마킹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된다. 특히 미국 발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전시장이 배치되다보니, 행사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슈퍼맨이나 마블·DC 등의 미국 발 문화콘텐츠였다. 국내 매니아 대다수가 미국 콘텐츠보다는 일본 신작 애니메이션을 더 접하는 상황이니, 친밀감보다는 위화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나 디즈니 ‘겨울공주’ 정도가 국내 덕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결과 국내 대부분의 ‘덕후’들의 문화적인 배경이 되고 있는 일본발 문화콘텐츠는 작년에 국내에서 남성 팬들의 인기를 휩쓴 ‘케모노 프렌즈’나 ‘소녀전선’처럼 아예 보이지 않거나, 나츠메 우인장·K·페이트/그랜드 오더(FGO)처럼 구석으로 밀려났다. 국내 만화 콘텐츠를 OSMU(원소스멀티유즈)화한 엔젤게임즈의 신작 게임 ‘히어로 칸타레’도 대형 부스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행사의 중심부에서 밀려났다.

이러한 긴장은 행사 배치 이외에서도 여러 곳에서도 드러났다. 개막식에서 김정기 만화가에게 아나운서가 “평소에 좋아하시는 만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김정기 만화가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원래 제가 일본만화를 좋아하기는 했었다”고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또 행사 참가를 고민하던 한 코스어는 기자에게 “내가 갔을 때 그냥 하던 코스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코믹콘 서울 속에서 미국 기반 콘텐츠만을 코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에서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 문화콘텐츠 기반 문화들을 ‘팝컬처’로 호칭하며 하나의 행사 속으로 융합하려는 주최 측의 인식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취향과 본진이 분명한 소위 ‘덕후’들은 자신들이 즐기기 힘든 콘텐츠가 많은 곳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방문하기는 꺼려하는 편이다. 주최 측에서는 한국의 서브컬처 시장에는 아직까지 ‘미국덕후’보다는 ‘일본덕후’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코믹콘 서울의 아티스트 밸리 운영 모습 /윤은호 기자

코스어 배려 부족은 여전

올해 코믹콘의 코스어 참가자수는 확실히 늘어났다. 3일(금) 기자가 실측해 본 결과 약 20여명의 부스 기반 참가자를 제외하고도 일반 참가 코스어의 수는 약 100여 명이었고, 그 중 국내 코스어와 외국인 코스어의 비율은 7:3이었다. 작년에 비해 유의하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하루 평균 참가자수가 800명을 넘어서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비해서 그 수가 분명히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코스어들로 가득 찬 코엑스’라는 홍보 관계자의 표현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코믹콘은 여전히 코스어들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서울코믹콘에서의 코스어들의 위치는 기자가 박사과정 시절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 부천국제만화축제 내의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스어가 ‘있어도 없어도 되는 존재’라면 당연히 그에 따른 배려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올해도 코스프레에 배정된 주최 측의 공식적인 행사 기회는 오피셜 게스트인 코스어 게샤씨에 의한 한국 코스문화와 거리가 먼 코스소품 제작 세션 하나, 그리고 간판 행사로 개최한 ‘2018 코리아 코스플레이 챔피언십’ 뿐이었다.

한편 이번 서울코믹콘에서도 전문 코스팀들이 참여하기는 했지만 코믹콘에서는 굳이 이들을 주목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서울 코믹콘에도 참여한 스파이럴 캣츠 팀은 게샤씨와 비교해도 전 세계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지명도를 가진 스타 코스어다. 이번에 참여한 전문 코스팀들과 함께 세션을 열어서 전문코스어들에 대한 팬들의 주목도를 채워주고, 해당 전문코스어가 나선 게임 또한 홍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코믹콘 서울 2018에서 엔젤게임즈 〈히어로 칸타레〉의 캐릭터를 코스하고 있는 에이크라운 소속 코스어. /윤은호 기자

대안: 패널 세션 증가

그렇다면 서울코믹콘은 어떻게 더 개선될 수 있을까. 해외의 유명 코믹콘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 기자가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게 된 지점은 패널 행사다. 코믹콘 행사의 종주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샌디애고 코믹콘(Comic Con International: San Diego)의 경우 매년 패널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올해 행사는 7월 19일(목)부터 22일(일)까지 열렸는데, 이들 기간 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일 다양한 공간에서 패널 세션이 열린다. 그 세션의 수가 하도 많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오클라호마 주에서 매년 열리는 토쿄 인 툴사(Tokyo in Tulsa) 패널 세션의 경우도 좋은 사례로 꼽을수 있다. 올해 행사에서도 9개 행사장을 두고 해당 행사장마다 다양한 행사를 하는데, 역시 아침 10시부터 밤 1시 반까지 다양한 패널 세션이 끊이지 않는다. 해당 세션의 내용 또한 다양한 웹컬처 콘텐츠를 망라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올해 서울 코믹콘의 패널 세션은 부족하다. 세션 시간이 부스를 열어두는 시간 안으로 한정돼 있다. 또한 세션의 내용도 작가들의 드로잉 세션이나 배우들과의 만남 시간, 주최 측에서 진행하는 행사, 회사들의 프로모션 행사들이 대부분의 세션을 차지해 다양성이 부족했다.

내년 코믹콘 서울에서는 더 많고, 다양하고, 더 많은 참관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세션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믹콘 서울 2018의 부스 모습 /윤은호 기자

보여주기가 아닌, 진심이 필요해

서울코믹콘은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 더 좋고 더 싼 대체재를 가지고 있다. 까고 말하자면, 부스 크기나 일반 동인들의 참여는 코믹월드보다 크게 뒤지고, 부스의 다양성 또한 소위 키덜트 페어들과도 비슷하면서도 플레이엑스포(PlayX4)에는 못 미치며, 코스어의 동원력은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나 코스앤코믹에 뒤진다. 이러한 다양한 대안들 사이에서 ‘코믹콘 서울’이 성공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미드·미겜 여덕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내는데 성공했기 따름이다.

정말 서울코믹콘은 현상에 안주하기를 원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일본에도 코믹콘이 진출해 있다. 작년에도 12월 마쿠하리 메세에서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한국의 전문 매니아들 중 굳이 일본 코믹콘을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들은 굳이 코믹마켓을 방문한다. 그들은 당연히 일본인들과 함께 긴 입장 줄을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본 참가자들이 판매하는 동인지를 자연스럽게 구매한다.

코믹콘 서울의 성공이 앞으로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되려면, 현재의 태도에 대해서는 바꾸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코믹콘 서울을 통해 ‘덕후들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전시보다, 컨벤션 속에서의 참여를 원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니즈에 코믹콘 서울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앞으로의 행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윤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