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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12년만에 前 KTX승무원 정직원으로 순차채용 합의

KTX승무지부, 오영식 사장과 대화끝에 4256일만에 노조 '복직' … 코레일 '특별채용' 노사간 말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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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보고대회를 마친 직후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59일 동안 서울서부역 앞에 설치되어 있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윤은호 기자

(철도신문)=한국철도공사(사장 오영식)와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강철),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지부장 김승하)가 21일 오전 4시까지 이어진 밤샘협상을 통해 지난 4526일간 이어진 복직투쟁을 이날 10시에 비로소 마감했다. 2014년 철도청 공기업화 이후 한국철도유통(현 코레일유통)에 채용돼 구두로 한국철도공사 정직원 채용을 약속받았으나, 본사 채용을 거절당해 2006년 3월 1일부로 위촉계약이 해지된 지 약 12년 만이다.

그러나 협상 성립 이후에도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협의된 내용에 대하여 강조점을 달리하며 다른 해석을 내놓아, 향후 전 승무원들의 코레일 입사 이후에도 이 사건을 두고 계속해서 양자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열린 교섭 보고대회 현장(KTX차량승무지부 페이스북)

보고대회를 마지막으로 12년 동안의 투쟁 마감

21일 오후 2시, 서울역 2-3층 사이 데크에서 그동안 KTX열차승무지부의 투쟁에 함께한 철도노조·민주노총·4대 종단(개신교·성공회·가톨릭·불교)·시민사회 관계자들 100여 명이 모여 교섭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그동안 KTX 승무원들의 편에서 함께 한 강철 위원장을 포함해 종교교단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승하 지부장은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싸워봐야 안 되는 거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붙잡고 있는 너희가 멍청한 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피해자였고 우리가 옳았기 때문에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고, 그 믿음을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공기업이 시행한 최초의 대량해고,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남았던 문제를 4,526일만에 풀게 됐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바랐던 KTX 승무업무로 당장 돌아갈 수는 없지만, 노사전문가협의를 통해 그 논의가 진행 중이고 빠른 시일 내에 승무업무가 철도공사에 직접고용 될 것으로 믿는다. 그때 저희 모두 KTX로 돌아가 고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싶다”고 밝혔다.

보고대회가 종료되자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서울서부역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던 두 동의 천막이 기자들의 주목 속에서 곧바로 철거됐다. 지난 5월 24일 KTX승무지부의 사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개입해 왜곡된 판결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59일 만이었다.

▲21일 보고대회를 마친 직후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59일 동안 서울서부역 앞에 설치되어 있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윤은호 기자

“복직” 대 “특별채용” … 오고간 보도자료 속 남은 앙금

한편 이날 10시 공사-노조간 협약이 체결되고 나서 곧바로 노조와 공사가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서로간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우선 철도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합의된 노사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서 철도공사는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승무원들이 겪은 고통에 유감을 표명하고(합의서 전문), 철도공사 자회사에 취업한 경력이 있는 승무원을 제외하고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들을 대상으로(합의서 1항, 부속합의서 1항) 2019년까지 사실상 3차례로 나눠(부속합의서 2항) 경력직 특별채용을 시행하기로 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이들의 채용은 경력을 인정해 사무영업 분야 6급으로 실시하되(부속합의서 2항), 향후 KTX 승무업무를 철도공사가 직접 수행할 경우에는 전환배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공사는 이날 오후 4시 반께 보도참고자료를 보내,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코레일은 승무직 전환배치에 합의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부속합의서 4항에는 ‘본 합의에 따라 채용된 자가 향후 근무경력 분야로 희망하는 경우 절차에 따라 시행한다’고 되어 있는데, 노조는 ‘근무경력 분야’라는 단어를 근거로 KTX 승무직의 직영화와 동시에 승무원 출신 직원들의 직무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반면 공사는 해당 조항에 ‘전환 배치’라는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사실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조 측은 ‘해고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KTX 승무업무를 직접고용 업무로 전환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1일 10시 서울본사에서 조약식이 열렸다. 왼쪽 두 번째부터 오영식 사장, 김승하 승무지부장, 강철 위원장. (KTX차량승무지부 페이스북)

또한 보도자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로 철도노조가 일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복직’이라는 단어가 있다. 노조 보도자료에서는 당장 제목부터 ‘철도노사, KTX해고승무원 복직 합의!’로 되어 있고, 이번 교섭을 ‘KTX 해고승무원 복직 교섭’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철도공사가 제안한 ‘선 복직 후 전환배치’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등 일관되게 이들의 채용을 ‘복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사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합의를 ‘복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아니하며 철도분야 근무 경력을 인정한 ‘특별채용’으로 보도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와 공사에 따르면 이번 비공개 교섭은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사회적 갈등 문제인 이번 문제의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의 권고를 감안해 노사간 협의를 진행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 오영식 사장이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 직접 중재를 요청해, 지난 8일부터 5차례 교섭 및 16일·20일 밤샘협상을 통해 21일 4시 협상에 도달한 것이다. 오 사장도 “지난 13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당사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합의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 서비스 향상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통해 코레일이 해고승무원들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부분도 있다. 철도공사는 부속합의서 5항을 통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청구소송과 관련해 공사가 사실관계에 기초해 권익 보호에 협조’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지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의해 엎어진 상고심에 대한 재심이 이뤄진다면 공사가 반대하는 입장을 내보이지는 않기로 했다는 말이다.

또한 부속합의서 6항에는 ‘유명을 달리한 故人(고인)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 명시됐다. 코레일이 분쟁 초기에 철도승무원들을 막기 위해 서울역과 용산역에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철도의 날 기념식에서 오영식 사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가 세종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KTX노조원들을 피해 세종문화회관 후문에서 발차하고 있다. /윤은호 기자

오영식 사장, 결국 협상 끝나고 나서야 승무원들과 얼굴 마주해

한편 이번 협상과 관련해서는 오영식 사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은 21일 오전 10시에서야 처음으로 KTX승무지부 前승무원들과 얼굴을 마주했다. KTX승무지부가 올린 사진과 동영상에 따르면 오 사장은 협약식에서 협약 이후 기존 KTX 승무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이 이전에, 오 사장은 2월 이후 5개월 동안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KTX승무원들에 대한 어떤 공개입장도 밝힌 적이 없다.

지난달 28일 철도의날 기념식에서는 아예 기념식장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정문에 진치고 있던 KTX 승무원들과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비정규직 직원들과 아예 일면식도 하지 않았다. 오 사장은 세종홀 정문 앞에 어떤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고, 당시 장관만이 철도노조 직원들의 질문에 무응답을 유지하며 정문으로 들어갔다. 물론 공식행사 인사말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이후 청소직원 등 비정규직을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사장 반극동)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인 것은 인정한다. 노조 보도에 따르면 이번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오 사장이 비공개적으로 교섭을 요청하는 등 노력을 보인 것 또한 인정할 수 있다.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그 이전 5개월 동안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피한 것은 관계당사자들에 대한 무시처럼 보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행동이 수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역 상설무대에서 개최된 ‘여기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목회자와 KTX 승무원들의 손에서 성찬을 받고 있다. /윤은호 기자

대국민서비스 향상이 남았다

어쨌든 간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KTX열차승무지부 해고 사건의 해결로, 그동안 코레일을 묶고 있던 비정규직 문제가 거의 해결됐다. 그러나 이 해결에는 여러 가지 노사 간 싸움의 씨앗이 남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문건에 대한 해석 차이가 남아있다. 또한 19일 이뤄진 2019년도 제1차 임금협상에서 공사측은 철도노조측에 임금비용 문제로 3년 연속 직원들의 임금 삭감을 요구했다. 앞으로 채용해야 하는 필수인원의 수도 늘어나는데 채용자수도 많아지니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철도노조에서는 철도공사 본사 정수를 규정한 기재부를 문제 삼고 있어서, 앞으로 노사간뿐만이 아니라 노정간 싸움으로도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 차이는 철도 경쟁력 약화가 아닌 철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장차에 불과하다. 알다시피 PSO(공익서비스비용)과 운임을 제대로 지불받지 못하고 있고, KTX 운영수익이 수도권고속선 개통으로 상당히 줄어든 현 시점에서, 정부에서 받지 못한 금액만 최소 5년 치만 소급적용받는다고 해도 철도공사는 곧바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가 철도 안전을 해치는 적자구조를 만들어놓고 나서 노사 간 싸움을 부추겨왔다는 의심을 멈출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노사 간 싸움을 끝낸 KTX 승무원들은 당장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김승하 승무지부장은 철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사실은 실감이 안 난다. 합의서에 사인은 했는데 당장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유니폼을 입어야 조금은 실감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우선은 지금은 철도공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저희가 앞으로 행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서울역]을 나의 일터로 바라볼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의 싸움이 철도공사가 아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21일 철도공사 사장과 철도노조 위원장이 함께 발표한 합의서는 이렇게 끝난다. ‘이에 철도 노사와 KTX 해고승무원은 대국민서비스 향상에 적극 협력한다.’ 합의서 조항대로, 지금은 대국민서비스와 철도 발전을 위한 대정부 요구라는 노사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