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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사회공헌 이전에 공정한 거래 확립이 필요한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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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코레일의 사회 행보(코레일 제공)

(철도신문)=한국철도공사(사장 오영식)이 6월 들어 對여론 사회공헌(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늘리고 있다. 1일에는 대전시 소재 사회적 기업을 불러서 대전역 서광장 앞에 행사장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4일에는 서울사옥에서 SK사회공헌위원회와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와 지표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어 12일에는 오영식 사장이 주재한 가운데 대전에서 SK사회적가치연구원 소속 연구원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사회적 가치 실천 워크샵’을 개최하고, 이틀 후 14일에도 서울사옥에서 오영식 사장 참석 가운데 ‘사회적 가치 자문단’ 회의를 진행했다. 이쯤 되면 코레일이 정말 사회적 기업의 모습을 바라는 기업인 줄로 착각할 지경이다.

▲오영식 사장의 신규 ‘미션과 비전’ (코레일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정작 코레일의 핵심 가치인 미션과 비전에는 사회공헌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 지난 2월부터 노사가 철도발전위원회를 통해 구성한 혁신과제를 바탕으로 5월 28일 대전사옥 대강당에서 대규모 이벤트과 함께 발표된 미션과 비전에서는 오 사장의 ‘사회공헌’ 행보를 짐작케할 수 있는 어떠한 단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략방향도 스마트 철도, 철도공공성, 고객서비스, 미래성장동력 확보, 기업문화 혁신 등 사회공헌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 뿐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원래 가치와 동떨어진 사회공헌을 갑자기 언론과 대중에 강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한국철도공사 서울서부역 계단에서 ‘KTX 해고승무원 투쟁 4500일 문제 해결을 위한 거리 기도회’가 한국철도공사 서울사옥을 배경으로 열리고 있다. /윤은호 기자

“자회사의 일은 자회사에게”

현재 코레일은 사회공헌보다는 코레일 사내외적으로 쌓여온 수많은 많은 과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을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오영식 사장은 그동안 이들 문제에 대해 침묵해 왔다. 의도적인 무시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예를 들어,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이 약속한 직접고용이 핵심 요인인, KTX 승무원 비정규직화 문제는 지난 5월 말 대법원이 KTX 승무원 관련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보며 재판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담긴 정황이 언론 및 국민에게 공개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결국 KTX 승무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오 사장은 13년도 넘게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승무지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피해 왔고, 그들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아마도 명목상으로는 코레일관광개발의 일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KTX승무지부가 소속되어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강철)에는 취임 첫날부터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굳이 2월 취임 첫날부터, 대전 본사에 작년 8월부터 설치돼 있던 해고노동자들 텐트를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며칠 후에는 복직에 합의해줬으며, 실행에 옮겼다. 또한 취임 직전 합의되어 있지 않던 단체협의 또한 사장이 직접 나서 밤샘토론을 통해 협상을 완결 짓고, 노사와 함께 철도발전협의회를 구성, 해당 협의회에서 나온 과제를 바탕으로 신규 ‘미션과 비전’을 마무리졌다. 이것만 보면 코레일의 노사관계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같은 철도노조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KTX승무지부에 대해 오 사장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소속 차이다. 현재 KTX승무지부 노조원 중에서 해고자를 제외한 현직 KTX승무원들은 코레일네트웍스에 소속돼 있다. 다른 회사에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는 코레일네트웍스지 자신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KTX 승무원 투쟁 초기, 역사 내 농성을 막았던 것도 코레일이었고, KTX 승무원들의 고소 대상도 코레일이었으며, 2심까지 법원이 인정한 고용주체도 코레일이었다. 물론 KTX 내에서 승무원들을 관리·감독하는 주체도 코레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 사장을 포함한 코레일 간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니라는 확증이 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은 코레일유통 문제로 지탄을 받았다. (철도신문 DB)

자회사 리스크 관리 나설 때 왔다

코레일이 자회사의 일로 욕을 먹는 일이 이 건만은 아니다. 코레일유통의 고율 수수료 관행은 작년 삼진어묵 사건을 통해 터져나오면서 이미 ‘관트리피케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된 상태다. 그리고 코레일유통의 소비자 등쳐먹기나 고율 수수료를 통한 서민 울려먹기는 현재까지도 전혀 변한 기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오 사장이 지금 KTX 승무원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과 똑같은 논리로 따져보면, 이러한 문제는 엄밀히 말해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의 문제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년 국정감사에서 최종적으로 이들 회사의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비판을 받게 된 것은 코레일이었다.

코레일은 SR를 포함해 현재 6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고(공항철도는 2015년 재매각), 이 중 코레일테크와 코레일유통, SR은 공기업에 해당돼 국정감사 대상이다. 이 쯤되면 재벌 못지않은 대기업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의 일이라는 이유로 자회사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셈이다. 재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독일의 유명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 Freud)와 그의 딸 안나 프로이트(A. Freud)는 정신분석이론을 통해 인간이 고통스러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기제를 ‘방어기제’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이 중 무의식의 죄책감을 씻기 의해 사서 고생을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행위를 ‘상환’이라고 하고,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좌절감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원래 것과 비슷한 것을 가짐으로 만족을 추구하는 기제를 ‘대치'(substitution)라고 한다. 오영식 사장의 CSR 행보가 대치를 통한 방어기제 형성을 통해 코레일의 뼈아픈 현실을 무시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오 사장에게 충고한다. 지금은 사회공헌이라는 현실도피를 중단할 때다. 한국철도공사가 이중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말길 바란다. 더불어 코레일이 그동안 저질러온 잘못들을 돌아보고 원상복귀를 위해 노력해 달라. 그 노력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더라도 말이다.

지금은 정부로부터 PSD와 무임승차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임금 상승과 다양한 리스크에 놓여 있는 상태를 해소하고, 코레일 자회사들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받기 위해 행정부에 항의라도 가야할 때가 아니던가. 곧 퇴임하는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인천시 공무원들 때문에 기재부 문턱이 1cm나 닳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재정을 유치하기 위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중심경제 정책을 이루기 위해 한국철도공사의 사장이 되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할 때다. /윤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