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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탐방] 도로교통 속 잊혀진 남인천역

경인선 주변, 잊혀진 추억 찾기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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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은호 기자

수풀 속, 기억으로만 남은 남인천역

(철도신문)=이제 남아있는 경인선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수인시장을 따라 올라가 수인사거리 앞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횡단보도를 지나 다시 517 정류장 방향으로 삼익아파트를 따라 내려가면 삼익아파트가 끝난 지점에서 수풀 속에 철로가 보인다. 바로 도로에 의해 끊긴 축항선을 다시 만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은 또한 과거 남인천역의 위치로 많은 이들에 의해 증언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수풀 속 선로 왼쪽으로는 공터와 선로를 분리해보기 위한 공사용 가리개가 얼기설기 설치돼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삼익아파트 뒤편이 내다보임과 동시에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작은 밭들이 늘어서 있다. 그나마 철거돼 쌓여진 콘크리트 철목과 버려진 변전기만이 이곳이 열차가 오가던 곳이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선로 한편에는 지난번 오류선에서나 확인할 수 있던 목제 열차거리표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열차 거리표를 봤을 때는 눈을 의심했다. 29.2km. 이 정도의 거리라면 수인선에서부터 열차가 시작한 것도 아닐 텐데, 그럼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정답은 경인선이다. 경인선은 구로역부터 인천까지 27km까지 만을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선이 아직까지 연장되지 않았을 때는, 그 곳은 인천역에서 2.2km를 더 나아간 지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선이 ‘다듬어진’ 결과, 남은 부지는 다듬어질 가치도 없는 공간으로 여겨져, 철거되지도 않은 채 공터로 방치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나마 이 표지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한 밭 사이에 놓여, 걸핏 보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가 되어버렸다. 이곳에서 과거의 화려했던 남인천역을 기억해 낼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곳을 살펴보며 한 가지 더 이해할 수 없던 점은, 폐선 후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대한 지자체나 시민들의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철도로 인해 발생한 소음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철도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철도의 역사에서 볼 때, 남인천역은 현재 활발히 철도재활용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구 경춘선 화랑대역이나 여타 구간보다도 더 많은 철도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인천역, 또는 수인역은 여주․이천에서 열차에 쌓은 쌀을 인천항에 내리기 위해 일제가 만든 선로이기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도권 서남부 외곽이라는 연결되기 힘든 축을 연결해 준 인류(人流)의 통로이기도 하다. 전철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사라져가는 협궤전철의 기억 또한 분명히 인천시 역사의 중요한 한 축에 속한다. 구도심 외곽과 수원을 이어준 이 물류 입지를 인천시는 왜 아직까지도 외면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이 인천시정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인천시에서 철도는 천덕꾸러기 수준의 인식을 받고 있다. 심지어 멀쩡한 경인선을 불편하게 지하로 파묻어 있을 수도 없는 커뮤니티 회복을 이루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한때 횡횡했을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사라진 교통 인프라는 그대로 철거한다. 덕분에 남인천역, 또는 수인역 일대는 아직도 공터로 남아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시설공단과 옆 토지 소유지의 허가를 받아 일부를 매입해서 수인역공원(가칭)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그 앞을 공원화해 협궤철도 선로와 남인천 역사를 복원하고, 수인선 열차 한 대라도 놓는다면, 한국 최초를 좋아하는 인천시에 최초 협궤철도라는 타이틀을 공식화할 수도 있을 것이고, 주민들에게도 공원이 생기는 긍정적인 측면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인하대 후문에 난데없는 철도거리나 조성할 시간에 말이다.

사진=윤은호 기자

사라진 철로와 정리된 철로

상념을 뒤로 하고, 좀 더 발을 내딛어본다. 삼익아파트를 지나면 공장 입구와 공터가 나타나고, 공터에는 여러 대 차량이 서 있다. 더 걸어가면 원래 철로 사이에 철로 몇 개가 끼어져 있는 공간이 나온다. 철로로 울퉁불퉁한 부분을 메워서 화물차 운행을 원활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보기 드문 아이디어다.

더 나아가면 마침내 접근할 수 있는 마지막 철로가 나온다. 삼성아파트 뒤편의 철로 주변 또한 주민들에 의해 밭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삼익아파트와 다르게 철목과 일반 토지 사이의 올록볼록한 부분의 이용이 어려웠던지, 선로와 선로 사이에 목제 합판이 완충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선로 끝 부분에는 선로종단표지 대신 울타리와 자물쇠로 잠긴 문 하나가 출입을 막는다. 자신의 밭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은 모양이다. 그리고 선로 끝 녹색 천막을 넘어 정면에는 창고가 세워져 있다. 노선 선로를 정리하면서 남은 부지에 시설공간이 자리를 불하해준 모양이다.

선로를 돌아 나와 삼성아파트를 끼고 제2국제터미널 앞으로 나온다. 현재 쓰이고 있는 경인측선이 우리를 맞아준다. 과거의 노선에 자갈이 듬성듬성 쌓여 있는 반면, 새롭게 정비된 노선에서는 제대로 자갈이 깔려 있다. 5년의 세월의 시간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리된 노선이 남기고 떠나간 폐선 자욱은, 자꾸만 정리된 모습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 옛 것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철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를 깨우친다./윤은호 기자

(이 기사는 철도신문 1255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