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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일본 철도는 사랑받고 있다

웹컬처 콘텐츠 기반 지역관광을 통한 문화도시 구축 사례 연구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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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도 매거진 사진/윤은호 기자

한편 앞으로 본격적으로 살펴볼 톳토리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왜 일본의 철도문화와 만화-애니메이션 문화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일본은 철도문화가 유난히 강한 나라다. 실제로 일본 TV방송의 일반 보도교양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주요 철도 소식이 가끔씩 계속해서 나온다. 철도 용품을 수집하는 의사에 대해 30분짜리 프로그램이 나오는가 하면, 철도를 좋아하는 전문 아이돌이나 방송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철도와 관련된 분석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언론 활동도 강하다. 물론 일본의 경우 철도만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신문은 없다. 교통신문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경제 등의 유수 경제 주간지에서 적극적으로 철도 관련 보도가 나오고, 매년 호외 특집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있자면 놀랍기 짝이 없다. 이외에 (일본)철도신문 등의 인터넷 언론도 있지만 실제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월간 잡지다.

현재 ‘철도팬’ ‘철도저널’ ‘철도픽토리얼’ ‘철도다이어정보’ ‘N’ 등의 월간잡지가 매달 나오고 있다. 이중 철도 일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철도팬과 철도저널의 업무라면, 철도픽토리얼은 철도사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수록하고, 철도다이어정보는 열차 시각표 및 임시시각표와 관련된 내용에 집중하며, N은 N게이지(1/160 축소 모형으로, 궤간이 9mm라는 의미에서 쓰이는 이름) 철도모형만을 다루는 잡지다.

물론 이보다 더 일반인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바로 철도시각표다. 현재 JR교통시각표(교통신문사 발간)과 JTB교통시각표(JTB퍼블리싱 발간)가 매달 시각표 개정 내용을 JR 6사와 주요 사철로부터 받아 매달 대형 시각표를 발간하고 있으며, 시각표가 무거운 사람들을 위하여 지역을 한정한 시각표나 소형 시각표도 달․분기 별로 발간하고 있다.

이외에도 철도 관련 상품들의 종류가 다양하다. 판매되는 상품에는 철도를 다룬 서적부터 시작해서, 철도 주행 내용을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기관사의 관점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담은 동영상 DVD, 철도를 직접 운전하는 운전 게임인 ‘철도로 Go!’(타이토 발매)나 ‘트레인 시뮬레이터’(음악관 발매) 등 철도 게임, 철도 모형을 포함한 철도문화상품 시장의 규모가 대단하다. 철도팬에 나오는 신규 철도관련 상품 소개만 해도 수십 개를 넘는다. 2014년 야노경제연구소(矢野経済研究所)의 ‘〈오타쿠〉 시장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철도모형 만의 시장 규모는 82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한편 철도와 관련된 만화나 라이트노벨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는 실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테츠코의 여행’이나 ‘Rail Wars!’ 등도 있는데, 이들 애니메이션을 보고 성지순례를 가는 철도․애니메이션 팬도 있다. 물론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철도 노선 또한 콘텐츠 관광의 대상이다.

이런 철도동호문화와 만화-애니메이션 동호문화의 공통점을 두 가지 찾아볼 수 있겠다. 첫째 공통점은 독특한 문화자본이다.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1세대 동호인의 형성은 애니메이션 속에 있는 영상의 구성 방식이나 그 스토리 내용 등을 철저히 분석하는데서 시작됐다. 이와 같이 철도동호인 또한 철도에 대한 지식이나 관련 정보를 철저히 습득하고 이를 분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현상을 학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프랑스 철학자 부르디외(Bourdieu)의 문화자본 개념이다. 부르디외는 저서 〈구별짓기〉를 통해 상류층과 중류층, 그리고 하류층 구성원들이 평소에 자주 접촉하는 문화콘텐츠에 차이가 있다는 그의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즉 이들이 소비하는 문화콘텐츠가 자신의 신분과 문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가면, 이들이 접촉하는 문화콘텐츠가 동료들 속에서 사회화를 통해 얻게 된 선호와 취향, 그리고 개인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와 철도동호문화는 모두 해당 콘텐츠를 이해하기 위해 다수의 지식을 습득하고, 그 중에서 자신의 세부적인 취향을 결정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선호도를 결정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량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빠져들기 좋은 문화다.

둘째로, 동호활동을 통한 비지역기반적인 사회화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철도의 경우 철도를 같이 이용하는 사람들을 통한 동아리 활동이 가능할 뿐만이 아니라 멀리에서 같은 차량이나 장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을 넘어선 동호활동이 형성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의 경우 동인문화의 활성으로 코믹마켓 등의 대형 만남의 공간에 지방에서도 적극적으로 공간을 방문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어쨌든 이들 문화는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비접촉 상태에서도 서로 교류와 친분을 쌓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에서 얻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정보와 소통, 관계라는 세가지의 축을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문화가 서로 가까이 접점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비슷한 흥미요소와 재미요소를 갖추고 있는 두 개의 문화를 모두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경우 아이돌 문화와 동인문화, 코스프레 문화 등의 다른 문화간 소통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도 입증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톳토리현의 사례 해석에 필요한 학술적 이론과 틀들을 소개했다. 다음 시간부터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이러한 철도문화와 애니메이션 문화의 결합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계속)/윤은호 기자

(이 기사는 철도신문 1254호 판에 실린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