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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철도공사,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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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로 파괴된 기관차와 와 비슷한 시기에 생긴 8256호 /윤은호 기자 (철도신문 DB)

13일 오전 4시 30분 경, 중앙상선 양평-원덕 구간에서 시설공단의 의뢰를 받아 신호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던 한국철도공사 8200대 기관차 두 량이 충돌해 후속기관차 운전사인 박성원 기관사가 억울하게 희생되고 6명의 직원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자리를 빌려 돌아가신 기관사 분의 명복을 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과거 국내철도사고와 같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앞뒤 열차에는 운전사 두 명씩, 총 네 명의 운전사와 철도공단 직원들이 배치돼 이중으로 확인하며 열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8200호대 설비가 안정화돼 있는 만큼 차량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면 유일한 문제 요인은 이번에 점검 중이었던 신호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진행된 실험은 자동정지장치(ATP) 실험을 위해 두 대의 열차를 이용, 앞 열차가 진행 후 멈추면 뒷 열차가 전속력으로 다시 쫓아가다가 ATP 신호를 인지하고 멈추는 과정을 반복했다. 현대철도에서는 열차 운행을 위해서 당연히 폐색구간 설정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시화하도록 철도 곳곳마다 설치된 것이 전자신호기다. 그런데 ATP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전자신호기라도 작동해 원칙대로 열차와 열차 사이 두 개의 폐색구간을 지키도록 기관사에게 고지했어야 했고, 이러한 운행 과정을 당연히 관제소에서 살펴봤어야 했다. 그런데 ATP의 문제로 인한 부분을 전자신호기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관제소도 이상신호를 발견, 열차운행 중단을 명령하는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 사고는 전자신호기에 의한 관제 없이 ATP 운전에만 의존하도록 철도공단이 지시한 데서 발생한 전형적인 Fail-safe 사고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코레일의 반응이다. 평소에 사소한 철도사고라도 일어나면 기자들에게 1보, 2보를 붙여가며 메일링으로 속보를 전하던 철도공사가 이번 사건의 상황은 애써 언론 앞에 숨기고 있다. 몇몇 언론사의 속보 전달로 겨우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졌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따져보면 시설공단의 책임일 뿐 철도공사가 불필요하게 국민들 앞에서 욕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다.

따져보면 철도공사가 당당하지 못한 이유는 리더십의 부재라기보다도 과거의 권력관계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 크다. 과거 박근혜 정권은 경영합리화를 내세우면서 수서발 KTX와 인력감축 지시로 코레일을 약화시키는데 안달이었다. 당연히 노선을 주고 빼앗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에 저자세로 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광운대역 역무원 사고 같이 직원들이 사고를 당하고, 어쩔 수 없이 파업할 때 코레일은 무뚝뚝하게 대응해 왔다.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다는 ’강약약강‘이라는 새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평창 동계올림픽 수송의 최대 중요시설을 부실시공하고 무리한 시운전을 요구한 시설공단 측에 철도공사가 이제 할 말을 해야 한다. 철도시설 신설에만 요란하고 보수‧개량에는 무관심한 잘못된 시설공단의 행태에 경종을 올리고, 직원들과 고객들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 특히 국토교통부도 하루빨리 상하분리 종식을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조만간 선임될 한국철도공사 사장에게 주어진 과업이 너무나 많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한국철도를 부활할 적임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유재영 사장직무대행의 보다 책임있는 활동도 기대한다. /윤은호 기자